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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dong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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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리를 차면 제 발부리만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공연히 성을 내다가는 자기에게 손해가 돌아온다는 말이다. 그런데 혹시 '돌뿌리'라고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발에는 뿌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6 ·25 때, 한밤중에 인민군이(정복이 아닌 것을 보면 빨치산쯤 되는지도) 집집마다 자는 사람을 깨워 우리에게 총뿌리를 겨누며 '수상한 사람을 못 보았느냐'고 온 집안을 뒤진 일이 있는데, 역시 험악한 몰골로 총을 겨누니까, 오싹하고 진땀이 난 기억이 있다.

이 '총뿌리'라는 말은 제대로 쓴 것인지. 예전에 할아버지는 장죽이 아닌 마도로스 파이프로 담배를 피우셨는데, 그 파이프의 명칭을 어떤 때는 '물뿌리'라 하셨고, 어떤 때는 '빨뿌리'라고 하셨다. 이 경우는 '뿌리'라고 해야 하는지.

하긴 장죽의 입으로 빠는 뾰족한 부분 역시 명칭이 '물뿌리, 빨뿌리'로 같았다.
위에서 나온 물체들의 공통점은 모두 뾰족하게 생겼다는 특징이 있다. 새나 짐승의 뾰족한 주둥이를 '부리'라고 한다.

소설가 황영주는 그의 작품 '객주'에서 '조성준이 먼저 혼잣소리로 부리를 헐었다' 하고 멋을 부린 일이 있는데, 요는 삐죽이 나온 '입' 대신 '부리'란 말을 써서 조성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위의 물체들은 모두 새의 '부리'처럼 뾰족하대서 부리라는 말이 붙은 것이다. 즉 돌부리, 발부리, 총부리, 물부리(입으로 물기 때문에), 빨부리(입으로 빨기 때문에)라고 해야 맞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총뿌리' '돌뿌리'로 쓰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낚시'는 '낚다'에서 온 말이다. 그래서 '낙시'가 아니라 '낚시'다. 낚시 중에는 얼레에 감은 낚싯줄로 고기를 낚는 '주낙'이 있다. '줄낚시→주낚시→주낚'이 된 것 같은데, 이것을 '주낚'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다. 이것은 '주낙'이다.

우리 맞춤법은 '소리'를 우선순위의 첫머리에 올려 놓고 있는데, '주낚이, 주낚은, 주낚을…'이라고 해 놓으면 그 소리가 '주나끼, 주나끈, 주나끌…'이 되겠지만,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고, 예사소리로 '주낙이, 주낙은, 주낙을…'로 말하기 때문이다.

남을 매우 을러 대어서 혼쭐을 내는 일을 '닦달을 한다'고 말한다. '닥달'이라고 쓰나 '닦달'이라고 쓰나 소리가 같은 것 같은데, 어째서 힘들게 '닦달' 쪽을 쓰는 것일까. 이 말에는 '닦아세우다, 닦아 대다' 등 뿌리가 같은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섞박지'라는 김치가 있다. 여기서 '지'라는 말은 김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도 경상도에서는 김치를 '지'라고 쓰고 있고, 일반적으로 오이지, 짠지, 단무지 등이 많이 쓰이고 있다.

이것도 '석박지'라고 하면 어때서 굳이 ㄲ받침을 해서 '섞박지'라고 하는가. 배추, 무, 오이 등을 넓적넓적하게 썰어 '섞어' 담갔기 때문이다.

'깎낫'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홍두깨나 방망이 같은 것을 깎는 데 사용하는 낫이므로 그렇게 ㄲ을 받침으로 쓴다. 그런데 남에게 예의를 '깍듯이' 차린다고 할 때는 ㄲ 받침이 아니라 그냥 ㄱ받침이다. 이 경우는 '깎는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넋두리'라는 말이 있다. 소리는 '넉두리'로 나는데 굳이 ㄱㅅ 받침을 할 이유가 있을까. 억울한 일, 원통한 일, 불만 등이 있을 때 기다랗게 두덜거리는 것을 가리켜 '넋두리'라고 하는데, 원래는 '무당이 죽은 사람의 "넋"을 대신해서 주절주절 늘어놓는 말'이란 뜻이었으므로 '넋두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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