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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dong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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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1일 대통령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바로 다음날,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일괄 사표를 반려했다. 그런데 이제는 사전에까지 올라 있는 '반려(返戾)'라는 말은 우리말이 아닌 일본에서 만들어 낸 말이다.

먼저 이 한자말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부터 살펴본다. 우선 반(返)은 ①돌아올, 갔다가 옴, 복귀함 ②돌려보낼, 돌려 줌, 복귀시킬, 갚을 등의 뜻이 있으며, 려(戾)는 ㉠어그러질 ㉡사나울, 흉포할 ㉢이를 ㉣안정할 ㉤거셀 등의 뜻이 있다.

그렇다면 '반려'라는 말에서는 ②'돌려보낼'과 ㉠∼㉤ 중의 어떤 것과 맞추어야 할까. 자전의 풀이만 가지고는 마땅한 짝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중에서 그래도 가장 그럴싸한 짝은 ㉢'이를'이다. '되돌려서 이르다'쯤 되겠지만 제대로 된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자전을 찾아 보면, 우리 자전에 있는 위와 같은 풀이 외에 [國]이라는 표시를 하고(이것은 일본에서만 통하는 풀이라는 뜻) もどる(모도루), もどす(모도스)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되돌아가다, 되돌려 보내다'라는 뜻으로 일상생활에서 두루 사용하기 위해 마련한 풀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자전에 의하면 일본식 조어(造語)인 '반려'는 그야말로 '되돌려 보내다'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한자어도 아니고 우리 자전으로는 이 조어를 뒷받침해 줄 근거가 없는 것이다.

'되돌려 주다'의 뜻으로 '반환'이나 '반송'이라는 말을 쓰면 족한 것이다. 우리말이 모자라는 경우라면 모를까, 우리말을 제쳐 놓고 순일본 조어를 비판 없이 사용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이 비슷한 것으로 자주 사용하는 일본어로 '내역(內譯)'이라는 것이 있다. 지난해 10월 7일자 신문에 보면, '대검 중수부가 수사 정보 유출 경위를 수사한다며… 출입기자의 통화 내역까지 수시로 추적…'이라는 기사가 나온다.

내역(內譯)이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 보면 '명세(明細)'로 가라고 되어 있다. 이 내역도 순 일본말로서 內譯이란 한자를 한자의 음으로 읽은 것도 아니다. 순전히 일본의 훈(訓)으로 읽어 うちわけ(우치와케)다.

우리 어휘가 모자라서 할 수 없이 쓰는 것도 아니라면, 우리말 '명세'를 제쳐 놓고 일본말을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자세한 내용'이라는 뜻인데 이 말이 길다고 느껴진다면 '명세'라는 좋은 말이 있지 않은가.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했으므로, 우리의 속어 중에서도 일본말의 영향을 찾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먼저 '구라 치지 마!'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게 어디서 나온 말일까 하고 늘 생각했었는데, 놀기 좋아하는 나이 지긋한 분 하나가 '그건 일본 야쿠자, 그 중에서도 도박꾼이 쓰는 말'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일본어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걸 보니까 그들이 쓰는 은어라는 이야기다.

화투놀이가 되었든, 카드놀이가 되었든 '시라(白, 제대로 읽으면 '시로')'로 친다고 하면 속임수 없이 카드를 친다는 말이고, '구라(黑, 제대로 읽으면 '구로')'로 화투나 카드를 친다고 하면 속임수로 노름을 한다는 말인데, 화투짝을 가지고 속임수를 쓰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전에 연속극 '올인'을 보신 분들은 그 수법을 기억하시리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구라를 치다'의 '치다'도 '화투를 치다'나 '카드를 치다' 때문에 따라붙는 것이다.

정체불명의 이 말이 어느 나라에서 온 것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속임수 쓰지 마'의 뜻으로, 혹은 이것이 변한 '거짓말하지 마'의 뜻으로 쓰고 있다.

기왕 노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섰다 판에서 '구삥'이니 '장삥'이니 하는 말의 어원도 일본을 거쳐 들어온 말이다. '삥'이라는 말은 원래 일본말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노름 말고도 '삥까라 기리마데(처음부터 끝까지, 또는 속속들이)' 하고 일상생활에서 곧잘 쓰이는 말이 되었다.

일본에는 포르투갈어가 일찍부터 들어가 있었다. 카드놀이도 포르투갈 사람을 통해 들어갔는데, 카드의 1을 포르투갈인들이 pinta라고 하는 것을 듣 '삥'으로 굳어진 것이란다. 그러므로 '9와 1'은 '구와 삥' 즉 '구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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