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길의 신약산책 http://blog.kcmusa.org/sky2o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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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19]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

 

부분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시는 동안 하실 일을 언급하시는, 요즘 말로 하자면 소위 “사명선언문”입니다. 회당에서 이사야 61장의 말씀을 읽으면서 예수님 자신의 사명을 다시 한 번 힘주어 강조한 내용입니다.

 

당시의 신앙개념으로 가난은 하나님께 저주받은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당연히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모욕하는 일을 서슴지 않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서슴없이 말씀하셨습니다. 저주받은 죄인이라는 생각에 고개도 펴지 못하고 늘 주눅 들어 살던 그들이 두 눈 휘둥그레질 정도로 깜짝 놀랄 말씀이었습니다.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하나님 앞에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할 성전에서도, 심지어는 허물과 약점을 감싸고 돌보야 할 친지들로부터도 철저히 외면당하던 그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은 더없는 위로, 곧 복음이었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주님은 포로되어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며, 눈먼 자들을 다시 보게 하는 일을 위해 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야말로 희망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빛줄기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에 인질로 억류되어 깊은 절망과 두려움으로 몸서리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고 있을 형제자매들이 속히 풀려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기를 열망합니다. 본인들과 가족은 물론이고 국민들과 교회도 희망의 끊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믿음의 자녀들과 교회도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난의 질곡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 병으로 신음하며 고통받는 이들, 정치적인 이유로 박해받는 이들, 죄의 노예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 마음의 상처와 분노 때문에 말과 행동이 가시가 되어 불화를 키우며 가까운 이들로부터 늘 따돌림 받는 이들, 자존심은 지나치게 강하면서도 남을 배려할 줄 몰라 갈등을 빚는 이들, 그리고 마약과 알콜,도박에 중독되어 자신과 가정을 파괴하고도 그게 유일한 희망인 냥 평생 그 주변을 서성이는 이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두다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가지고 섬겨야 할 이들입니다.

 

도를 넘어설 정도로 부자를 추앙하고, 반대로 가난한 자를 음양으로 무시하는 교회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오신 예수님을 거역하는 교회입니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관심 갖는 교회, 부자가 가난한 자를 돌보며 행복을 나누는 교회, 아픈 자들의 신음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아파하는 교회, 주위의 어려운 교회를 살피고 지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을 기뻐하는 교회, 그리고 이런 일을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 청소년과 미래의 인재를 뒷바라지하는 일에 더 열심을 낼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꿈꿔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저희 교회는 초긴장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숨죽이며 지켜보았습니다. 3층 아파트에서 발을 헛디디는 실수로 1층 바닥의 철책 쇠창살에 옆구리를 찔린 채 매달려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되어 헬기로 후송된 전도사님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회복이 쉽지 않고, 운이 좋아 살아나도 평상 침상에나 누워 지낼 것이라던 그 전도사님이 한 달 여 만에 기적같이 살아 돌아오셨습니다. 열흘 넘게 속삭이던 ‘오늘 내일이 고비’라던 말, 그리고 재활병원으로 후송할 것이라는 병원의 계획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기 발로 3층 아파트에 걸어 올라가다니, 그저 감격스럽습니다. 당분간 지팡이와 팔걸이를 의지해야 하지만 여전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처음 사고소식을 듣고 2주간 매일 3끼니를 맡아 금식하며 기도하신 교인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습니다. 학기말 시험을 치루는 유학생도, 새벽기도를 거르지 않는 권사님과 장로님도, 약을 챙겨 드시며 혈압과 혈당을 신경써야하는 집사님도 모두 동참하셨습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릴레이 금식기도 소식이 병상으로 전해진 날, 감격하여 한참을 울다 잠든 전도사님의 꿈속에 예수님이 찾아오셔서 두 발을 부드럽게 싸매주시더랍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곳엔 자주 기쁜 소식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목회자는 행복합니다. 병원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두려움 가득한 눈망울로 바라보던 전도사님과 그를 살려달라고 애타게 부르짖던 교인들의 심정을 함께 나누려고 얼마 동안 하루 한 끼씩 금식하느라 수척해진(아주 약간) 거울 속의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기적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일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지난 주일엔 재정부 모임에서 퇴원하신 전도사님을 위해 건강보양식을 선물하자고 하더니, 엊그제 회계 집사님이 전도사님 댁 냉장고에 정성스레 선물을 집어넣고 오셨습니다. 완쾌되어 다시 교회에 나오시는 날 큰 잔치가 벌어질 것입니다. 그전에 아프간에서 좋은 소식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8월 15일, 크리스챤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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