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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정 박사의 정신건강 칼럼 http://blog.kcmusa.org/park297511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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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의 라틴계 소녀가 엄마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지난 삼 년간 남성 정신과 의사를 보다가 자신과 같은 성의 여자 의사를 원했기 때문이란다. 이런 현상은 그리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데 이 소녀의 경우에는 남자 의사에 대한 감정이전 현상(transference)이 의심되었다. 즉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아버지처럼 느껴진 의사에게 전이된 것일지도 모른다.

소녀의 아버지는 멕시코 출신으로 술을 많이 마셨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단다. 엘살바도르 출신의 엄마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하던 시절에 집을 떠나 버린 후에는 다른 여자 친구와 살고 있단다. 그러니까 여섯 살 이후에는 결석해 버린 아버지인 셈이다. 대부분 이런 감정이전 현상은 무의식적이므로 본인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프로이드 같은 정신과 의사는 정신과 치료 중에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다.

“왜 닥터 S와의 치료를 그만두고 싶었지?”라는 나의 물음에 소녀는 답했다.

“그분은 나의 감정 상태를 항상 엄마에게 물었으니까요. 제 마음은 저에게 물어 보아야지요.”

그녀의 엄마는 가정 치료사(Marriage & Family Therapist)이다. 소녀는 아마 자신의 말보다 의사가 엄마에게 더욱 관심을 보였다고 느꼈나 보다.

소녀는 월경을 시작했던 아홉 살 때부터 이유 없이 우울해서 울기를 잘하고 공연히 불안해지고 자신을 미워했단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의 생활도 불규칙해지고 친구들과의 불화도 많아져서 13살 때부터는 면도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는 자해 행동을 시작했었단다. 아마 이때쯤에 그녀는 처음을 닥터 S를 만난 듯했다.

“그럼 마지막에 자해를 한 것은 언제쯤이었지?"라고 묻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팔목을 내보였다. 양쪽 팔뚝에 수없이 많은 면도칼 자국이 있는데, 그 사이사이로 구불구불한 글자들도 있었다.

“이 글자들은 무슨 내용이지?” 한 쪽은 weak (나약함), 또 한 쪽 팔에는 ugly(못생김) 라는 단어였다. 그녀 자신이 갖고 있는 본인에 대한 이미지란다.

최근에 모든 친구가 자신을 떠나버렸고 몇 달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도 헤어졌기 때문에 일어난 자해 행동이다. 거꾸로 이렇게 심한 우울 증상을 가지고 본인을 존중하거나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주위의 친한 사람들을 모두 무의식적으로, 쫓아버린 것은 아닌지,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소녀의 엄마는 자신의 가족력에 조울증으로 자살한 언니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17세에 처음 양극성 장애 증상을 보였던 언니는 33세에 결국 자살로 생을 마쳤단다. 이 환자의 경우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전자는 소녀에게 우울증상이 쉽게 올 수 있는 자질을 물려준데다가 모계로부터 조울증의 유전까지 물려받은 셈이다. 그녀가 우울이나 불안 증상 이외에도 걸핏하면 화를 내기 잘하고 주의 산만 현상도 많으며, 주의사람들과의 인간관계로 심하게 고통을 받는 것은 어느 정도 모계 혈통 질환을 연상시켰다.

“저도 엄마처럼 어른이 되면 가정 치료사가 될래요!” 아마도 자신의 언니가 고통 받던 모습에서 영향을 받아 그녀의 엄마는 치료사의 길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많은 증상들을 잘 참아내며 이해하려 애쓰는 엄마의 행동에 소녀는 감동을 받은 듯하였다.

“그것 참 좋은 계획 같구나. 그럼 이제 이년 남은 기간 동안에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갈 준비를 하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볼까?”

여자 친구들이나 성적 관계를 갖던 남자 친구를 잃었던 소녀의 스트레스는 좋은 스트레스로 바뀌게 되었다. 포유동물들의 두뇌 안에 내재하고 있는 번연계(Limbic System)는 생존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배가 고프거나, 어디가 아프거나, 엄마가 안보이면(심각한 스트레스 현상) 울고 떼를 쓴다.

"Fight or flight response"라 일컫는 이 기능 때문에 산 속의 사슴이나 토끼들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너무 지나치면 인간에게는 많은 고통이 올 수 있다. 공황장애나, 신경 쇠약, 잦은 위장병이나, 편두통들이 좋은 예이다. 우울하면 소녀들이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섭취를 하고 몸이 뚱뚱해지고, 반사적으로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악순환이 오는 것도 이 감정 뇌의 반응을 전두엽이 제압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자극이나 변화를 대부분 나쁜 스트레스로 보기 쉬우나 이것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한다면 좋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친구들에게 신경을 안 써도 되니 그녀는 이제부터 운동에 전념하고 그간 밀렸던 공부를 하겠단다. 그래서 원하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여, 석사과정을 거쳐서 원하는 가정치료사가 되겠단다.

물론 다른 환자들을 돕는 데 힘쓰겠지만 우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서 자신의 엄마 같은 훌륭한 여성이 되겠단다. 한 시간 전에 보았던 소녀와 달리 나의 사무실을 나서면서 그녀는 희망과 용기로써 이미 다른 사람처럼 변화되어 보였다.


수잔정 박사(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