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정 박사의 정신건강 칼럼 http://blog.kcmusa.org/park297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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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상처와 파괴를 남기는 전쟁이 꼭 한 군데 공헌을 한 분야가 있다면, 정신과적 양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이다. 메닝거 정신과 병원을 통해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 정신과 의사 칼 메닝거 박사가 인간에게는 죽고 싶은 욕망, 죽이고 싶은 욕망, 그리고 죽임을 당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말한 것도 그가 한국 전쟁에 참전한 이후에 뱉은 말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제2차 대전 이후에 현역이나 제대 군인들을 통해서 얻은 정신과적 지식으로 1952년에 “정신질환 통계 및 열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이하 DSM)이 발표되었다. 미정신과 협회를 통해서 만들어진 “DSM”은 그 후부터 환자의 정신 질환 진단에 필수적으로 이용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 계획, 미래의 예후 측정, 육체적 질병과의 감별 등은 물론, 법적 용도나 학문 연구에도 기본이 되었다. 국제 질병 분류(I.C.D.: International Code of Disease)에도 직접 영향을 미쳐서 전 세계에서 쉽게 통용할 수 있는 뼈대를 만들었다.

미국 정신과 학문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이어 박사(Adolf Meyer, M.D)는 정신병은 인간의 어떤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요인에 대한 반응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당시 모든 정신병 명칭에는 반응이라는 용어를 넣었다. 예를 들어서 정신 분열증식 반응, 우울증 반응 등이다.

1975년에 개정되어 출판된 “DSM 3”권은 병의 원인을 알아내려는 대신에 외부로 나타나는 증상에 초점을 두고, 이를 자세히 관찰하여서 목록을 만들어서 진단하는 데 기초로 썼다.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와 연구를 주로 하는 학자들 사이는 물론, 심리학자, 사회사업가, 가족치료사들이나 정신과 간호사와 정신과 의사 사이에서도 서로의 말을 알아듣고, 소통에 불편이나 오해가 없어야 했다.

내가 미국에 이민 왔던 1970년대 초반에는 다른 많은 아시아 나라의 국민들도 이민을 왔고 사회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났었다. 많은 한국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찾아온 이 나라에서는 당시에 동성연애자들이 “동성애는 정신병이 아니다!”라고 외칠 때였다 동성애로 인해서 오는 우울증이나 불안증세는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만 동성애 자체는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주장이 “DSM 3”에 반영되었다. 즉 정신과 진단에 사회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

1994년에 “DSM 4”가 나오면서 그간 연구되어온 인간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 및 뇌전파 물질의 작용 등에 대한 생리적 요인들이 반영되었다. 우선 그때까지만 해도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 결핍 및 행동 과대 항진)와 A.D.D.(Attention Deficit Disorder:주의 결핍증)로 단순하게 두개 항목으로 나뉘었던 것이 결국은 둘 다 A.D.H.D라는 큰 질병 안에 통합되었고 그 안에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뉘어졌다. 즉 1. Hyperactive and Impulsive type(행동이 많이 항진되었으며, 충동적인 경우) 2. Inattentive type(주의가 산만한 문제는 있으나 전혀 행동이 항진되지 않고 그냥 보기에는 얌전하지만 공상이 많은 형 3. 복합형(위의 1과 2를 모두 가진 형)

두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라는 화학 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해 생기는 병이 A.D.H.D.인데 비록 증상에 차이는 있을지라도 치료방법으로 가장 효과적인 약물과 상담요법은 이 세 가지 유형에 모두 해당된다. 게다가 어른이 된 후에도 절반 정도의 경우에는 증상이 계속될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하니 ADHD와 ADD를 양분하는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두뇌의 연구가 발달함에 따라 어린이들의 발달장애에 대한 진단 방법도 바뀌었다. 과거 광범위성 발달 장애 내에 포함되어 있던 아스퍼거씨 증세나 자폐증들이 2015년에 발표된 “DSM 5”에서는 Autism Spectrum Disorder로 모두 묶여졌다. 교육자 중에서도 특히 특수교육 담당자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혼돈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내 아이나 가족과는 아무 상관없는 “DSM”의 역사를 내가 간단히 살펴본 이유는 간단하다. 정신과 학문은 살아 숨쉬며, 우리 주위의 환경과 몸이 구조에 대한 이해와 함께 언제라도 생생하게 변화함을 원칙으로 하는 정직한 학문임을 나타낸 것이다. 정신과 의사 두 사람이 동시에 한 명의 환자를 본 후에 동일한 진단을 내리는 확률은 90%가 넘는다. 이는 어느 내과 의사들이 동시에 맞출 수 있는 비율보다도 높다고 한다.

정신과학은 환자의 마음을 읽거나, 의지가 약해진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학문이 아니다. 그리고 정신병은 집안의 수치도 하늘의 천벌도 아니다. 우리 몸의 각종 장기 중 가장 신비스럽고 연구가 덜된 기관인 두뇌의 병이 심리적 손실이나, 환경의 변화에 의해서 불거져 나온 결과일 뿐이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들: 신체적, 환경적, 심리적인 문제들 중에 하나건, 아니면 두세 가지 원인이 있었을지라도 치료방법은 세 가지 모두 즉 심리적 치료, 환경의 개선, 신체적인 치료, 영적 치료인 종교에의 도움, 명상, 요가 mindfulness 등등도 큰 도움이 된다.


수잔정 박사(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