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정 박사의 정신건강 칼럼 http://blog.kcmusa.org/park297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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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만취되어 돌아온 아빠가 트집을 잡으며 엄마에게 폭행을 시작하는 것을 열네 살 된 소년, 단테는 걱정스레 보아야만 했다. 부엌에 서 있던 엄마는 아빠가 밀치는 바람에 뒤로 넘어지며 벽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다.

젊은 시절에 권투 선수였다는 아빠는 과거에도 두 번이나 엄마를 거의 죽일 뻔했다. 그런데 엄마의 머리카락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리는 게 아닌가! 급하게 엄마의 상처 위에 휴지를 대고 막았지만 피는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엄마를 큰 소리로 불렀다. 엄마가 눈을 뜨기 기다리면서…. 그러나 엄마는 의식을 잃었는지 전혀 반응이 없었다.

‘빨리 911에 전화를 해야 하는데’ 소년은 마음이 급했다. 그전에도 엄마가 응급차에 실려 가서 치료를 받았었다. 그런데 전화는 이미 아빠가 들어가서 잠들어 있는 침실 안에 있었다.

계속 눈을 뜨지 않는 엄마를 지키다가 단테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옷장 서랍을 열었다. 그곳에는 옷가지에 감추어진 아빠의 권총이 있었고, 그는 잠들어 있는 아빠를 향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문밖에서 엄마의 소리가 들렸고 소년은 울음을 터뜨리며 911 전화를 돌렸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미시시피 주 걸프 포트시에 가족이 머물고 있던 때였다.

일급 살인죄로 기소된 단테는 청소년 재판정 대신에 성인 재판소에 서게 되었다. 그에게 선정된 관선 변호사는 단테가 그동안 받았던 육체적 심리적 학대에 대한 과거력이나 아빠에게 엄마가 거의 실해될 뻔한 광경들을 목격한 후에 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때문에 그의 정신 상태가 비정상인 것을 밝히지 못하였다. 25% 이상의 주민이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백인 위주의 배심원들에 의해서 소년은 사면의 가능성이 없는 종신형(Life Imprisonment without Parole)을 선고 받았다.

단테는 스티븐슨이라는 하버드 법대출신 변호사의 도움을 받은 실제 인물이다. “Just Mercy”라는 책을 통해 그는 어떻게 2010년 5월 17일에 Life Imprisonment without Parole이 18세 이하의 아동들에게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얻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기록하였다.

다음은 그가 대법관 판사들에게 강조한 청소년 두뇌 발달의 특징이다.

“사춘기를 맞은 어린 청소년들은 갑자기 중가 된 도파민의 활성화와 함께 감각적 자극과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이에 비해서 인식의 성숙 및 감정조절을 가능케 하는 전두엽의 발달은 비교적 늦게야 오기 때문에 중간 나이의 청소년들에게 많은 문제 행동이 오기 쉽다고 합니다. 이런 두뇌 성장의 미숙함 때문에 판단의 잘못, 인생 경험의 부족,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의 부족,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미칠 결과에 대한 예상불능 등등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비록 옳은 판단을 내렸더라도 그대로 이끌고 나갈 자신감도 결여된 것이 이 나이 또래입니다. 이런 두뇌의 미숙된 발달 상태와 더불어서 환경적으로 폭력, 학대, 애정결핍, 돌보아주는 어른의 부재 등이 겹치는 경우에는 그룻 된 판단으로 인한 끔찍한 사건들이 생기게 됩니다.”

단테와 같은 소년 죄수를 위해 대법원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이야기하던 2000년도 초반 미국 감옥에는 약 25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종신형에 처해 있었다. 그 중 13, 14세의 청소년 약 백 명 중에서 두 명을 대법원에 데리고 갔던 그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아무 상관없이 만들어진 좁고 험한 인생길을 어쩔 수 없이 빠져나가야만 되는 환경의 피해자들이며, 미완성의 인간 작품(unfinished product)으로서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큰 현재진행형의 인간 개체입니다.”

아이들에게는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흡연, 음주, 자동차 운전, 헌혈, 권총 구매들을 금지시키면서 위험기에 처한 이 아이들을 성장한 어른과 똑같은 법정에 서게 하는 미국사법제도의 잘못도 그는 지적하였다.

스티븐슨 변호사를 지지하는 성명서가 미정신과의사협회, 심리학자협회, 변호사협회 등에서 발표되었다. 또한 와이오밍주 출신, 보수파 전직 상원의원인 심슨 의원(Alan Sympson)이 자신의 과거력을 고백하며 지지 서명을 하였다.

“저는 방화, 도둑질, 싸움질, 위법무기 사용은 물론 경찰관을 폭행하다가 몇 번이나 체포되었었던 괴물이었습니다.”

청소년기의 비행 행동만으로는 그 인간의 미래 발전될 모습을 판단할 수 없다면서 자신도 17세에 감옥에 들어가서야 정신을 차린 후에 참 인간이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이미 1920년경에 보스톤에서 “베이커판사 청소년지도센터”를 자신의 재판정 옆에 세웠던 베이커 판사는 어린이들의 범죄를 막으려면 형벌보다는 사랑이 깃든 치료와 환경의 개선을 주장했었다. 많은 부모님과 어른들이 기억해야 할 말이다.


수잔정 박사(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