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정 박사의 정신건강 칼럼 http://blog.kcmusa.org/park297511
   2018년 11월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전체보기
월별로 보는 포스트
자주 가는 링크
메모박스
새로운 포스트 새로운 덧글 새로운 트랙백
사이드바
유발 하라리라는 이스라엘의 역사학자가 쓴 "사피언스"라는 책을 읽었다. 그런데 번역본에서 저자가 한국인 독자들에게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한 세기 안에서 전쟁과 식민 지배를 모두 겪었고 매우 짧은 시간 만에 저개발 전통사회에서 선진 경제 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진 나라"라고 그는 한국을 정의했지만 다음의 두 가지를 우리의 문제로 지적하였다.

첫째, 생활수준이 극적으로 올라가는 동안 자살률도 치솟았다. 그래서 우리보다 못 사는 멕시코나 태국인들보다도 행복도는 낮다. 인간은 권력이나 힘을 획득하는 데에는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서툴다. 둘째, "기술은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고 그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1945년도에 남한과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똑같았다. 사람들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현재 남북한의 기술 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동일한 언어, 역사, 전통을 지닌 같은 민족이 비슷한 기술을 사용해서 완전히 다른 사회를 건설한 것이다.

135억 년 전에 빅뱅이 일어난 후,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을 저자는 세 개의 혁명으로 보았다. 1. 7만 년 전에 사피언스에게 일어난 인지혁명
2. 만 이 천년 전에 발생한 농업혁명
3. 오 백 년 전에 일어난 과학혁명이다.

약 15만 년 전부터 사피언스는 동아프리카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7만 년 전에 이들은 무리를 지어서 아프리카를 떠나서 중동지역을 지나 유럽과 동아시아에 이르렀다. 이 시기에 기름등잔, 배, 활과 화살, 바늘 등을 쓰며 언어를 쓰기 시작하였다. 언어가 발달된 주요 원인으로는 소문이나 뒷담화 등의 남의 나쁜 점들을 이야기하면서란다.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다보면 누가 신뢰받을 사람인지도 알게 되어 사회 구조가 더 커질 수도 있었다.

인지혁명이 일어난 기원전 칠만 년 전에 인간은 상상에 의한 허구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전설, 신화, 종교들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큰 신전을 건축하게 되었다. 건축장에서 많은 일꾼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양식을 대는 방법으로 밀을 농사짓고 돼지나 닭을 기르는 농업혁명이 생긴 것은 기원 전 9000-12000년경이었다.

그때까지 사방을 돌아다니며 동물을 사냥하고 열매들을 채집하던 사피언스를 길들인 것은 밀이었다. 밀을 기르기 위해서 우선 돌을 골라내고, 밭에 물을 주고, 그 곁에 집을 짓고 살았다. 그러면서 제국이 형성되고 화폐 질서가 생겼으며 종교를 신봉하였다. 자본주의가 시작되었고 그 장점과 문제점을 모두 보았다. 그러다가 오백 년 전인 1500년경에 인류는 과학 연구에 투자하면 스스로의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으리라 믿게 되었다.

현대 과학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현대 과학은 라틴어 ignoramus(우리는 모른다)에 기초를 두고 있다. 어떤 이론이나 개념도 도전해보지 않고 그냥 믿을 수는 없다.
2. 무지를 인정한 뒤에 현대 과학은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려 노력한다.
3. 새 힘의 획득, 새 지식을 이용하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낸다.

과학혁명은 무지의 혁명이었다. 즉 우리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해답을 모른다는 발견이었다. 따라서 현대 과학이 무지를 기꺼이 받아들인 덕분에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탐구해나갈 수 있었다. 1687년 뉴톤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라는 책에서 세 개의 수학 법칙으로 사과에서 별똥별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모든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였다.

19세기 말에서야 그의 원칙이 들어맞지 않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발견되었다. 제2차 대전을 끝내기 위해서 미국은 원자탄을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정치가 과학을 이용한 좋은 예였다. 게다가 과학은 인간의 수명을 예전에 25-40세에 그치던 데에서 선진국에서는 80세까지 발전시켰다. 과거에 영국에서 신생아가 15세 이전에 사망하던 율이 5명에 한 명이었었는데, 현재에는 천 명 당 한 명이다.

그러나 이제 인류는 위험한 단계에 접어들은 행동을 시작하였다. 우선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지켜온 자연선택의 법칙을 깨뜨렸다. 한 예가 2000년도에 불란서의 연구소에서 만들어낸 녹색 형광을 발하는 토끼, 알바(Alba)의 탄생이다. 토끼의 배아에 녹색형광을 발하는 해파리 유전자를 삽입시켜서 만들어진 지적 설계의 산물이다.

40억 년 전의 자연 설계 법칙이 인간이 만들어내는 지적 설계로 바뀌는 데는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생명공학 이외에 사이보그 공학이 있었다. 사이보그는 생물과 무생물이 부분적으로 합친 존재로 생체공학적 의수나 의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한 예이다. 생명의 법칙을 바꾸는 제3의 방법은 완전히 무생물적 존재를 제작하는 것인데, 독립적으로 진화가 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그 예이다. 2005년에 시작된 Blue Brain Project는 인간의 뇌 전부를 컴퓨터 안에 재창조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능력은 이토록 놀랍게 커졌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는 무책임하다. 주위의 동물들과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들면서 책임을 느끼지 않고 결코 행복하지도 않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수잔정 박사(카이저 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