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정 박사의 정신건강 칼럼 http://blog.kcmusa.org/park297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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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LA 타임즈에 어느 슬픈 엄마 “항”의 이야기가 실렸었다. 그녀는 라오스에서 태어난 후에 온갖 역경을 넘어서 홍콩을 경유, 일본에 가서 그래픽 디자인 공부를 하였다. 미국에 이민 온 후에는 사랑하는 남편, 피터를 만나서 인쇄소를 경영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어린 시절 친구인 “총”을 만나서 더욱 친밀해졌고 비슷한 나이 또래인 각자의 아이들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피터가 암으로 사망한 후에, 항은 17세 된 아들의 이야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다. 다만 그가 아버지를 잃은 뒤에 더욱 슬픔이 켜졌고, 매일 잔인한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 지내느라, 학교 성적이 모두 F라는 이야기만 하였다.

불행히도 항 자신에게도 암이 발병하여서 수명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처지였고, 그녀의 아들은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후였다. 이 심각한 정신병의 치료를 위해서 항의 아들이 어떤 상담이나 약물치료를 받았는지 그 기사는 다루지 않았다. 단지 아시아인들이 대부분 정신병을 수치로 여겨서 치료를 꺼리며 집 안에서만 쉬쉬 숨겼을 가능성이 크다고만 써 있었다.

자신이 신청했던 권총을 지급받은 날, 항은 아들과 함께 식당에 가서 팟타이를 먹고 근처에 있는 모텔에 투숙하였다. 잠든 아들에게 두 발의 권총을 쏜 뒤에 그녀는 침대에 들어가 아들 옆에 누었다. 아들의 피가 침대를 적시고 흘러내리는 동안 그녀는 친구, 총에게 연락했고 경찰에 구속되었다. 아들을 죽인 죄 값을 치르기 위해서 감옥에 투옥되었던 그녀는 결국 온몸에 퍼진 암세포 때문에 얼마 후 죽었고 이를 지켜보던 친구의 말대로 자유를 얻었다.

뉴스를 보니 집단살해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항은 자신의 아들도 어느 날엔가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까봐 걱정해왔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마저 암으로 사망한 뒤에 일을 저지를지도 모를 아들을 자신의 품에 안은 채 보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걱정으로 부터 자유를 얻었다고….

이 이야기는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또 다른 17세의 미성년자 정신분열증 환자가 충분한 치료의 혜택도 받아보지 못한 채 사랑이라는 폭력에 의해 살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정신분열증은 두뇌의 병이다. 당뇨가 췌장이라는 장기의 병이듯이 두뇌라는 장기에서 분비되는 뇌전파물질의 이상에 의한 몸의 병이다. 어느 정도 유전적인 요인을 갖고서 심한 정신적, 또는 환경에 의한 타격을 받을 때 생길 수 있는데 인구의 100명 중 한 명꼴로 온다. 남반구나 북반구를 망라하고 가난하거나 부유한 나라를 가리지 않고 인구의 1%에서 발견되는 병이다.

30세가 넘어서 발병되는 피해망상형의 정신 분열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정신분열증은 대학교 입학 시기인 17-18세에 발병되기 쉽다. 어떤 학자들은 이 시기에 발생적으로 이루어지는 뇌 신경세포의 pruning(가지치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뇌세포 끼리를 연결하는 여러 개의 돌기들을 과일 나무 가지를 쳐주듯이 적당하게 솎아서 쳐주는 과정이 pruning이다.

대부분의 정신병 치료에서와 같이 체질적, 심리적, 환경적 치료를 빠른 시기에 할수록 환자의 기능을 유지하며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감정뇌가 사춘기 홀몬의 영향 때문에 발정난 개처럼 자극되어 있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젊은이들의 전두엽은 25세-30세까지 계속 성숙해지며, 옳은 판단과 계획, 충분한 감정 억제가 가능해진다.

항이 걱정했던 아들의 난폭함이나 성격도, 따라서 바뀔 수 있다. 부모가 모두 사망한 17세의 소년은 주정부의 보호 아래 양부모(foster parents)에게 맡겨진다. 그러면서 학업과 치료를 받게 된다. 만일 항이 이런 법률제도와 그에 따른 아들의 변화된 미래의 상을 알았었다면 꽃봉오리처럼 피어나기 전인 그의 인생을 그토록 비참하게 끝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식의 신체발부를 모두 부모 것으로 여겼던 공자의 사상은 우리가 두고 온 동양의 것이었다. 이곳 서양에서 아이들 개개인은 독립된 인격체이다. 비록 병이 든 아이라도 그의 인생은 본인의 것이다. 두뇌가 성숙된 후에 희망을 갖고서 꿈을 성취해 나갈지는 본인에게 달려있다.

자식을 사랑하지만 또한 존중도 해주자. 그들의 앞길에 희망을 빌어주며, 축복해 주는 것이 이 나라에 와서 낳고 기른 우리 자녀들에게 적절한 선물이 될 것이다. 비록 병이 들은 자식이라도!


수잔정 박사(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첫 손자가 생겼다고 감격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세종이의 중학교 졸업식에 갈 때가 되었다.

Hope Technology School이라는 이름의 이 학교는 주의 산만증이 있는 아들을 가진 어떤 어머니가 교회의 지하실에서 17년 전에 시작하였단다. 한 교실의 학생 수가 열 명 정도이고, 학생들이 지루해 하면, 온갖 뛰어 놀기 좋은 놀이 기구가 있는 운동 교실이 옆에 있으니 한바탕 뛰고 오면 도파민이 쏟아져 나와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를 할 수 있단다.

아직은 고교생이 없고 중학교 8학년 학생 11명이 멋진 가운을 입고, 무대 위에 올라섰다. 그 중 한 여학생이 큰 유리그릇에 심겨져 있는 대나무를 자신의 일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선물하는 순서가 있었다.

“제가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 선생님께서 우리 반 친구들 모두에게 작은 대나무 한 그루씩을 나누어 주시며, 이 나무처럼 저희들도 무럭무럭 크라고 하셨어요. 지난 8년 동안, 저는 많이 배우고, 이렇게 컸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주신 대나무도 제가 계속 물을 주어서 이렇게 많이 컸기에 저는 이제 학교를 떠나지만 대나무는 선생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 좋게 생긴 선생님 한 분이 그 소녀로부터 받은 대나무는 키가 크고 푸르렀다.

일찍 일어나서 일곱 시 반 기차를 타고 통학해야 했던 세종이는 이제 집 근처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어 다행이라 좋아했다. 제 엄마가 만들어 온 김밥과 다른 부모님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점심을 먹고, 우리 일행은 졸업 기념으로 영화 관람을 하였다. 팔로 알토 시내의 영화관에 들어가니 여섯 명이 모두 각각 떨어져 앉아야만 할 정도로 만원이었다.

아직까지 Pixar회사에서 만든 영화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임에 의심이 없었다. 본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애피타이저처럼 끼워 보여준 <만두>라는 짧은 영화가 나에게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우리 동양인들이 각 가정마다 명절이나, 생일날에 먹는 낯익은 음식이고, 그 짧은 영화의 내용에 나오는 중국인 엄마의 마음이 내 가슴에 깊이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의 작가이며 감독인 Domee Shi는 캐나다 태생으로 중국에서 이민 온 부모님의 무남독녀이다. 부모님의 지나친 보호 아래 자랐기 때문에 머나먼 미국의 할리우드로 도망쳐 온 것은 아닌지….

픽사에서 인턴을 끝내고 일을 시작한 후에도 Ms. Shi는 무남독녀인 자신이 떠나고 난 후에 부모님이 느꼈을 빈 둥지 증상을 상상하며, <만두> 영화를 만들 생각을 4년간 하였단다. 그래서 동료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만두집이나 중국 요릿집을 쉬지 않고 찾아 갔었다. 또한 자신의 어머니를 스튜디오에 모셔다가 밀가루 반죽은 물론 만두피를 얇게 밀어서 소를 집어넣은 후 예쁘게 빚어내는 일들을 모든 동료들과 같이 했었단다.

영화가 시작하지마자 나오는 만두피 미는 장면의 손은 바로 자신 어머니의 것이란다. Sichuan 식 중국 요리인 마파두부나 오이 냉채들의 사진들은 물론, 일부러 커피 테이블 위에 화장실용 휴지 두루마리를 놓아 둔 것도 자신 어머니 같은 이민자들의 생활 모습을 사실대로 나타내기 위함이었단다. 클리넥스 휴지와 화장실 휴지를 따로 쓰는 이곳 서양인들에 비해서 아예 화장실 휴지 한 가지로 모든 용도에 사용하는 이민 일세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어느 날 엄마가 빚어놓은 많은 만주 중에 한 놈이 귀엽게 살아나서 엄마 곁을 졸졸 따라 다니며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어여쁜 만두는 서양인 친구를 집에 데려 온다. 그리고 짐을 싸들고 그 서양 친구와 함께 집을 떠나려 한다. 이를 보다 못해 떠나는 만두를 잡아끌어 집 안으로 데리고 오려는 엄마, 그러나 이를 박차고 집에서 떠나려는 만두! 그러다가 결국은 꿀꺽 엄마의 입속으로 삼켜지는 만두… 이 작은 영화를 보고 나면 본 영화가 더욱 기다려 질 수밖에….

영화 보기에 좋은 여름방학이 왔다.


수잔정 박사(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아주 착하게 생긴 17세의 소녀가 어머니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주의 산만증에 대한 증세를 신문에서 읽었는데 아무래도 자신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 듯하다며 어머니께 부탁을 했단다. 보통 환자들의 경우,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권해서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억지로 끌려오는 수가 많은데 비해 이 학생은 성숙하게 자신을 도우려 한 셈이다.

소녀에게는 두 살 위의 자폐증을 가진 언니가 있단다. 많은 부모님들처럼 이 가정에서도 관심과 시간이 장애자인 언니에게만 쏠려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 경시대회에 나갔던 소녀가 일등상을 받자 가족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다. 큰 딸의 병 때문에 이유 없이 죄책감을 느끼고 기를 펴기 어려웠던 부모님께 보람을 가져다 준 순간이었다. (과학적으로 자폐증은 부모의 잘못 때문이 아니고 가족력에 의거한 두뇌의 병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후 몇 년 간 어머니는 각종 학원, 과외 등을 소녀에게 시키며 큰 기대를 보이셨다 학교 성적도 뛰어나게 올라서 부모님을 기쁘게 하였다. 그러다가 11학년이 된 어느 날부터 소녀의 성적은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했고, 그녀는 매사에 흥미를 잃고 수업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

많은 자폐증 환자들은 자폐증 이외에도 주의 산만증을 동시에 갖고서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다른 가족 중에서도 주의 산만증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가족력을 통해서 주의 산만증이 전래되기 때문이다.

“언니 때문에 너무나 애를 쓰는 엄마가 너무나 불쌍했어요.”

소녀는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서 몇 년 간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며 점차 학습 내용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본래 집중력이 문제가 있던 그녀에게 한계를 느끼는 때가 왔었던 것 같다. “저는 자신을 포기하고 말았어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딸을 보며, 엄마도 돌아앉으시며 울음을 참았다.

자폐증은 어린 아기 때부터 발달이 지연되어서 언어 구사나 대화에 문제가 있고, 사고 능력이 떨어지며 행동 장애가 올 수 있어서 온 가족이 영향을 받게 되는 질병이다. 부모님들이 죄책감이나 우울증상, 혹은 결혼 문제로까지 고생함은 물론 형제자매들은 행여나 나에게도 이런 병이 오지 않을까? 불안해질 수 있다. 게다가 부모님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이 소녀의 경우, 어떤 경유로 우울증상을 갖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아마도 어머니의 기대에 걸맞은 학업 결과를 이루지 못한 뒤의 자책감이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아니었는지 혹은 주의 산만증이 치료받지 못한 경우, 약 60%의 환자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불안감이나 우울한 감정이 누적되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경우에 나는 소녀는 물론, 어머니에게 반드시 상담치료를 받으시라고 한인가정상담소나 아시아 태평양상담치료센터, 기타 기관이나 개인 치료사에게 보낸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우울하거나 불안 증상으로 고통을 받으시는 경우에는 모든 가족에게 큰 영향을 끼치시기 때문이다. (많은 어머니들은 그 반대로 생각하셔서, 아이들이나 남편의 행복이 우선이라고 잘못 생각하신다. 특히 한국 어머니들은)

소녀는 어머니와 다른 상담사를 통해서, 우선 우울 증상과 상처 난 자존심을 복구 시키고 본인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익히게 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 년 후에 닥쳐올 대학 생활에의 적응 및 무리 없이 보모님으로부터 독립해 나가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테니까. 다행하게도 어머니와 따님은 나의 권고를 받아 들이셔서 약 10-12주간의 상담을 매주 받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이렇게 심리적 치료의 다짐을 받은 다음에는 육체적인 치료 방법을 의논하였다, 우선 그간 미루어왔던 종합 검진을 받게 하였다. 불규칙한 월경 때문에 올 수 있는 빈혈증이나 이 나이에 많이 생길 수 있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간이나 다른 장기의 문제가 있는가를 우선 알아보도록 하였다. 갑상선병, 간이나 췌장은 물론 간혹 독감 같은 바이러스 감염 시에도 많은 경우 우울 증상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수면 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키게 하였다.

우울한 십대들의 특징적 증상인 너무 많이 자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회피하기 때문에 체중이 증가되어서 자신감이 떨어 진 것을 회복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항우울제로 Bupropion (Wellbutreme이라는 상표명)을 추천했다. 아무리 상담으로 심리적 도움을 받고 습관을 고치려 해도 몸 안의 세로토닌 양이 떨어져있는 경우에는 회복이 너무 더디거나, 부분적일 수가 있으므로. 게다가 이 약은 세로토닌 이외에 도파민도 많이 생성시켜서 환자의 집중력도 향상 시키고, 의욕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경의 변화를 위해서는 교회의 학생회 모임이나 다른 그룹 활동을 통해서 학교 밖에서 스트레스 해소 방법도 익히게 하였다. 교회나 기도 이외에도 요가나 영상의 시간을 갖고, 영적인 힘을 기르는 방법도 연구하였다. 드디어 두 사람이 손을 잡고서 나의 사무실을 떠나며 미소 짓는 모습이 창문에 비친다. 마음 착하고 영리한 딸은 곧 과거처럼 훌륭한 학생이 될 것이다. 그것이 더 이상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니까.


수잔정 박사(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