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정 박사의 정신건강 칼럼 http://blog.kcmusa.org/park297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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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은 성격이 명랑하고 외향적인 적극성 때문에 근무하는 크루즈 여행사에서 누구에게나 호감을 받는 젊은 아르메니안 직장여성이다.

그런데 그녀가 아이를 분만한 후에 많은 문제가 생겼다. 우선 잠을 잘 수가 없게 되었다. 물론 아기가 밤에 자주 깨기 때문에 젖을 주려면 엄마도 잠을 깨게 되지만, 아기가 잠이 든 후에도 본인은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단다. 혹시 자신이 잠이 든 사이에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입맛이 없어지고, 아기에게 줄 젖이 줄어들어서, 억지로라도 먹으려 하지만 구역질이 심하단다. 화장실 가는 시간에도 아기만 혼자 놓아두면 불안해서, 변비가 되었다.

직장에서 온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좀 쉬고 싶지만 그것도 어렵다. 남편은 아기가 조금이라도 불편해 하거나 울면, 금방 엄마에게 되돌려주며, 자신도 직장 일 때문에 피곤해서 쉬어야 된단다. 엄마의 불안을 눈치 챘는지 아기도 예민해지며 한시도 엄마로부터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기 출산 후 거의 사오 개월을 그녀는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였다.

친정어머니는 본인의 직장 일로 바쁘기 때문에 아기를 맡길 수가 없었다. 아기 출생 후에 받는 3개월의 출산 휴가 기간이 지나서 직장에 돌아갈 날짜가 가까워올수록 제인은 점점 자신을 잃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기와 떨어져서 하루 종일을 지낼 일이 두려웠다.

산부인과 의사의 권고로 정신과를 찾아 온 그녀에게 나는 과거에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가 있었는지 물었다. 많은 소녀들이 초경 당시에 경험하는 우울이나 불안 증상도 경험한 적이 없고, 비교적 순탄한 청소년기를 거쳐서 대학교에서 만나 현재의 남편과 결혼 생활을 하였단다. 그리고 아기도 두 사람이 같이 계획하여서 임신 합병증이나 다른 문제없이 분만하였는데 왜 본인이 이토록 아이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하며 울었다. 이런 자신의 불안감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남편이 야속해서 가끔은 결혼한 것이 후회된단다. 그녀는 과거에 가지고 있던 자신감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직장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며, 자꾸 병가를 연기해 달라고 졸랐다.

“그러다가는 아마 다시 직장 생활하기가 힘들어질 거예요.”

그리고 내가 과거에 만났던 일본인 친구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남부 도시인 뉴올리언스에 살 때에 우리 아파트에 이웃으로 살던 미쯔꼬는 실력이 있는 사회사업가였다. 그녀는 박사학위를 공부하는 백인 남자와 결혼하여 예쁜 여자 아이를 낳은 후에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자신의 갓난둥이 아기를 맡기에는 주위 사람들은 너무나 생소했었단다. 그렇다고 일본에 계신 부모님을 모셔올 처지도 못 되었고 남편의 부모님은 동양인인 자신과 결혼한 아들을 못마땅해 했단다.

그녀의 마음이 자꾸 초조해 가고 아이와 떨어져서 직장에 나갈 장면을 상상할 때면 죄의식이 커져서 그만 울어 버렸단다. 불안하고 우울한 엄마를 지켜보는 어린 아기도 자연히 심신이 날카로워 질 수밖에…. 아이는 점점 엄마에게만 붙어 있으려 하고 저녁에 돌아 온 아빠에게 가는 것 마저 피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직장을 단념하고 집에서 이제는 네 살이 된 딸과 다른 아이들의 베이비 씨팅을 하며 간신히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기들하고만 있다 보면, 산후 우울증 치료가 더딜 수가 있지요. 왜냐하면 어른들과 달리 아기들은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도, 엄마를 칭찬하는 것도 못하니까요. 워낙 아기들은 백퍼센트 어른에게 기대어 살아야만, 생명을 유지하게 되니 엄마의 가진 것을 모두 소진하게 되지요. 반면에 적당한 보모를 구해 놓고 직장에 나가게 되면 주위의 어른들은 자신들과 같이 일할 동지가 나왔으니 얼마나 반갑고 기쁘겠어요? 그러니 엄마의 잃었던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는 어른들이 있는 직장으로 나가는 것이 빠를수록 좋고 기분 좋게 돌아온 엄마는 오랜만에 만난 아기에게 더 큰 기쁨을 줄 수 있고, 지쳐있는 남편에게도 활력소가 되겠지요. 항우울제 약물 복용을 시작하려면 우선 그간 사오 개월 주었던 모유 대신에 질이 좋은 우유를 소아과 의사와 상의해서 주도록 하세요. 기쁘게 웃는 엄마가 먹여주는 우유는 불안하고 우울한 엄마가 억지로 짜내어주는 모유보다 아기의 심신을 더욱 건강하게 지켜 줄 겁니다. 그리고 규칙적 운동으로 과거의 몸매와 활발한 성격을 되찾으시면, 남편과의 결혼생활도 한걸음 더욱 성숙한 단계로 올라가게 될 겁니다. 부모가 되었으니 이제 팀이 되어서 건강한 아기를 기를 터전을 닦으셔야겠죠. 모유를 안 먹이면 아기에게 해로울 거라고요? 천만에요. 아기는 이미 출생할 때에 엄마로부터 받은 면역 항체를 일 년 간 지니고 있고 명한 엄마와 행복한 아빠 사이에서 무럭무럭 클 거예요.”


수잔정 박사(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16살의 라틴계 소녀가 엄마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지난 삼 년간 남성 정신과 의사를 보다가 자신과 같은 성의 여자 의사를 원했기 때문이란다. 이런 현상은 그리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데 이 소녀의 경우에는 남자 의사에 대한 감정이전 현상(transference)이 의심되었다. 즉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아버지처럼 느껴진 의사에게 전이된 것일지도 모른다.

소녀의 아버지는 멕시코 출신으로 술을 많이 마셨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단다. 엘살바도르 출신의 엄마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하던 시절에 집을 떠나 버린 후에는 다른 여자 친구와 살고 있단다. 그러니까 여섯 살 이후에는 결석해 버린 아버지인 셈이다. 대부분 이런 감정이전 현상은 무의식적이므로 본인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프로이드 같은 정신과 의사는 정신과 치료 중에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다.

“왜 닥터 S와의 치료를 그만두고 싶었지?”라는 나의 물음에 소녀는 답했다.

“그분은 나의 감정 상태를 항상 엄마에게 물었으니까요. 제 마음은 저에게 물어 보아야지요.”

그녀의 엄마는 가정 치료사(Marriage & Family Therapist)이다. 소녀는 아마 자신의 말보다 의사가 엄마에게 더욱 관심을 보였다고 느꼈나 보다.

소녀는 월경을 시작했던 아홉 살 때부터 이유 없이 우울해서 울기를 잘하고 공연히 불안해지고 자신을 미워했단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의 생활도 불규칙해지고 친구들과의 불화도 많아져서 13살 때부터는 면도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는 자해 행동을 시작했었단다. 아마 이때쯤에 그녀는 처음을 닥터 S를 만난 듯했다.

“그럼 마지막에 자해를 한 것은 언제쯤이었지?"라고 묻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팔목을 내보였다. 양쪽 팔뚝에 수없이 많은 면도칼 자국이 있는데, 그 사이사이로 구불구불한 글자들도 있었다.

“이 글자들은 무슨 내용이지?” 한 쪽은 weak (나약함), 또 한 쪽 팔에는 ugly(못생김) 라는 단어였다. 그녀 자신이 갖고 있는 본인에 대한 이미지란다.

최근에 모든 친구가 자신을 떠나버렸고 몇 달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도 헤어졌기 때문에 일어난 자해 행동이다. 거꾸로 이렇게 심한 우울 증상을 가지고 본인을 존중하거나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주위의 친한 사람들을 모두 무의식적으로, 쫓아버린 것은 아닌지,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소녀의 엄마는 자신의 가족력에 조울증으로 자살한 언니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17세에 처음 양극성 장애 증상을 보였던 언니는 33세에 결국 자살로 생을 마쳤단다. 이 환자의 경우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전자는 소녀에게 우울증상이 쉽게 올 수 있는 자질을 물려준데다가 모계로부터 조울증의 유전까지 물려받은 셈이다. 그녀가 우울이나 불안 증상 이외에도 걸핏하면 화를 내기 잘하고 주의 산만 현상도 많으며, 주의사람들과의 인간관계로 심하게 고통을 받는 것은 어느 정도 모계 혈통 질환을 연상시켰다.

“저도 엄마처럼 어른이 되면 가정 치료사가 될래요!” 아마도 자신의 언니가 고통 받던 모습에서 영향을 받아 그녀의 엄마는 치료사의 길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많은 증상들을 잘 참아내며 이해하려 애쓰는 엄마의 행동에 소녀는 감동을 받은 듯하였다.

“그것 참 좋은 계획 같구나. 그럼 이제 이년 남은 기간 동안에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갈 준비를 하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볼까?”

여자 친구들이나 성적 관계를 갖던 남자 친구를 잃었던 소녀의 스트레스는 좋은 스트레스로 바뀌게 되었다. 포유동물들의 두뇌 안에 내재하고 있는 번연계(Limbic System)는 생존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배가 고프거나, 어디가 아프거나, 엄마가 안보이면(심각한 스트레스 현상) 울고 떼를 쓴다.

"Fight or flight response"라 일컫는 이 기능 때문에 산 속의 사슴이나 토끼들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너무 지나치면 인간에게는 많은 고통이 올 수 있다. 공황장애나, 신경 쇠약, 잦은 위장병이나, 편두통들이 좋은 예이다. 우울하면 소녀들이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섭취를 하고 몸이 뚱뚱해지고, 반사적으로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악순환이 오는 것도 이 감정 뇌의 반응을 전두엽이 제압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자극이나 변화를 대부분 나쁜 스트레스로 보기 쉬우나 이것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한다면 좋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친구들에게 신경을 안 써도 되니 그녀는 이제부터 운동에 전념하고 그간 밀렸던 공부를 하겠단다. 그래서 원하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여, 석사과정을 거쳐서 원하는 가정치료사가 되겠단다.

물론 다른 환자들을 돕는 데 힘쓰겠지만 우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서 자신의 엄마 같은 훌륭한 여성이 되겠단다. 한 시간 전에 보았던 소녀와 달리 나의 사무실을 나서면서 그녀는 희망과 용기로써 이미 다른 사람처럼 변화되어 보였다.


수잔정 박사(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1973년 내가 처음 미국에 도착하여 정신과 수련과정을 시작한 곳은 뉴욕시의 북쪽에 위치한 브롱스에 있는 일반 병원이었다. 일반 응급실 옆에 따로 정신과 응급실이 있을 정도로 마약 중독이나 정신 질환으로 길거리를 떠돌다가 경찰에게 붙들려 오는 환자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나는 일생 처음으로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며, 집단 치료자로 참가하게 되었다. 짙은 화장과 가슴이 보일 정도로 파진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여성으로 되기를 원했는지를 호소하였다. 그 지역의 특성 때문인지 대부분이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미국인 남자들이었지만, 여성 호르몬 주사와 화장 술 덕분에 구별이 힘들었다. 그들은 자신이 5살-6살 때부터 남성 몸 안에 가려진 여성으로 살았노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소원은 언젠가 유럽에 가서 남성 성기를 거세시키고 여성으로 완전히 성전환 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였었다.

그 후로 45년이 지났다. 내가 일하고 있는 카이저병원에서는 이즈음 이들 트렌스젠더(trans gender)들이 원하는 성전환 수술을 해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이 미국 사회에서 인정을 받게 된 셈이다. 그런데 이들 어른들의 강력한 LGBTQ 운동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12-14세 정도의 청소년들 중에 자신이 트렌스젠더라고 주장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어떤 원인에서인지, 자신감이 없고, 학교에서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하고 외톨이였던 이들이 유튜브나 다른 소셜 미디어에서 본 트랜스젠더들의 강한 호소력과 자신감 높은 모습에 자신의 본질이 트랜스젠더라고 믿어버리는 듯하다. 즉 자신이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내가 못난 때문이 아니라 그들과는 완전히 다른 개체인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에릭슨이라는 학자는 청소년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간이며, 청소년들은 이 때에 올 수 있는 온갖 육체적, 심리적, 그리고 사회적인 변화들 때문에 많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두뇌의 성장 단계를 연구한 결과도 이를 밑받침하고 있다.

탄생 때부터 활발히 활동하던 아이의 감정뇌(번연계)는 이 시기에 왕성하게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과 성 호르몬들의 영향 때문에 극도로 자극되어 있는데 반해서 이를 제압하고 합리적인 이성적 사고를 가능케 하는 전두엽(executive brain)의 성능은 아직 너무도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부모님이나 치료사들에게 우리는 너무 심하게 반응하는 대신에 조용히 귀 기울여주며, 대화의 창을 열어두라고 권한다. 그들의 전두엽이 성숙되어 가면서 차츰 호르몬의 영향도 안정되고 자신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과거 나의 청소년 환자 중에는 동성애자 공황(Homosexual Panic) 때문에 심한 불안감과 죽을 것 같은 괴로움으로 고생한 소년들이 있었다. 젊은 청소년들이 스포츠나 다른 훈련 때문에 집단으로 생활하다가 보면 자연히 마음에 맞는 대상이 생겨서, 정이 가게 마련이다. 한국에서의 경우에 이들은 아마도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뒹굴기도 하며 별 생각 없이 우정을 쌓을 것이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극심했던 이곳 미국에서의 경우, 곁에 있는 동생 친구에게 특별한 흥미를 느낀 어떤 소년은 혹시 내가 동성애자가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에 공황장애까지 경험하게 된다. 사회의 지나친 편견이나, 비난이 감정에 휘둘리기 쉬운 청소년들을 극단적인 단계에까지 몰고 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의 강한 허용이 정체성 불안을 느끼고 있는 청소년들의 개체감에 잘못된 소속감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많은 공공장소나, 병원, 식당의 화장실이 더 이상 남녀용으로 나뉘지 않고 성에 대한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이렇게 급하게 변화되는 사회에서 우리의 어린 청소년들이 혼란으로 고민하는 동안, 어른들이 침착하게 기다려 주자! 지나친 경악이나 벌보다는 자신감을 길러주며, 그들의 성숙을 희망을 갖고 기다려 주자.


수잔정 박사(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